성급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공중보건 위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지막이 아닐 것입니다. 사스와 메르스로 인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한 준비태세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분명합니다만, 이 반복되는 위기에 맞설 더 나은 시스템과 기술 혁신 등이 계속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 하에, 최근 몇 주 동안 다양한 곳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 혁신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원인을 분석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히 필요한 조치들을 고안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 등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일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을까요? 살펴 보시지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바이러스 분석
SARS-CoV-2라고 불리우는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확산을 방지하는 첫 걸음입니다. 기존에 연구된 바이러스 데이터를 집대성하여, 새로운 바이러스 활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곳입니다. 넥스트래인(Nextstrain.org)라는 곳인데요.. 이 오픈소스 기반의 이 연구소는 병원체가 발견되면 관련 데이터를 종합하여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관련자들의 연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700가지 사례를 분석하여 필요로 하는 연구소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속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한 치료법 개발
일반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은 머신러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인공지능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측하고, 가능한 치료법을 찾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뱅쿠버에 본사를 둔 AbCellera(www.abcellera.com)라고 하는 바이오기술 기업은 감염 후 회복한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항체를 분석하여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서 말입니다. 현재까지 5백만 가지가 넘는 면역세포를 분석하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약 500여개의 항체가 유력한 치료수단으로 지목되었는데요…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격의료 시설을 갖춘 병원
바이러스의 특성상 일정한 거리두기는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병원의 경우라면 다른데요… 이로인해, 바이러스의 병원내 확산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장 큰 위험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기술이 원격의료(telemedicine)입니다. 이런 시도는 여러 기관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중국이 조금 빠른 것 같습니다. 상하이의 한 공공병원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멀리 티벳이나 심지어 유럽의 프랑스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는 아직 개선할 점이 많아 보이는데요… 스페인에 있는 Open Salud(www.oepnsalud.es) - 열린 의료라는 의미 - 는 원격의료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의사와 환자 등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진단과 처방을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어느 순간부터 모바일 관련 기술이라고 하면, 당연히 한국 기술이라는 의미부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여러 공공서비스가 모바일 앱으로 개발되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기술에 영감을 얻어서, 스페인의 마드리드 시정부는 ‘코로나 마드리드’라는 앱을 개발하여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간단한 설명을 받은 후 의심 되는 사항을 점검합니다. 이런 과정은 모두 기록되어, 의심 가는 환자들은 의료전문가들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사실, 방역분야의 최선진국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대단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챗봇, 네가 처리해…
WHO도 조금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기관과 개인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에 관련된 질문을 받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챗봇을 개발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각국의 언어를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숫자나 기호를 이용하는데요… 이용자가 궁금한 것이 가장 최근의 확산 지표라면, 1을 입력하고, 여행 금지에 관한 것은 5를 입력하는 식입니다. 또, 페이스북과 협력하여 메신저 서비스인 ‘WhatsApp’을 통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에 의한 환풍기 제작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시설 중의 하나가 음압병동입니다. 이 시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병실의 공기압을 조절해 내부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환풍기의 설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요가 폭발하다보니 제대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작 기업들이 일종의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축했는데요… 매개체는 텔레그램입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이들은 관련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가용한 3D 프린터를 최대한 활요해 환풍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다보니, 스페인의 한 병원은 수 일내에 관련 장비를 제작하여 구축했다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생산방식의 혁신을 기대한 과학기술자들이 많았는데, 그 동안 예상보다 느린 전환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오히려 기술혁신의 플랫폼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영상회의가 대세로
저희 연구소도 줌이나 행아웃을 이용한 영상회의를 많이 하게되는데요.. 처음에는 좀 어색해 하던 분들도 몇 번 해보더니 금방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에도 이런 추세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데요…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줌의 경우 하루에 육십만 회수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서비스들도 비슷한데요.. 덕분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 콘서트, 워크숍, 생일파티, 심지어 결혼식도 영상서비스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하니,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대로, 이런 현상의 반대편에 있는 항공사들과 여행사들의 타격이 크겠네요..
이 외에도 여러 기술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생산의 혁신같은 경우, 지지부진하던 상황을 벗어나 비로소 주류기술로 편입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원격의료처럼 아직 더 여물어야 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기술마케팅을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기술혁신의 역동성이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한가닥 희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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