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는 산업의 특성상 연구 개발 능력과 함께 금형, IT 솔루션, 그리고 제조 생산 능력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깨달은 한국 정부는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2018년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에 이어 2019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이 분야의 혁신과 성장에 정책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의료 분야의 혁신 기술 개발에 뒤쳐져 있었습니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큰 성과를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점인데요.. 그러나, 그 덕분에 의료기기 분야는 높은 기대 성장율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국내 대기업은 없는 상태입니다. 산업 생태계 분석에 있어서 높은 성장율과 지배적 기업의 부재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다시 올 수 없는 꿈같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차별성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여 성공적인 시장 개발까지 역량이 확장되는 스타트업들은 매우 드문데요.. 의료기기 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을 갖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오늘은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마케팅 전략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향후에 세부적인 실행 전략도 계속 정리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의료기기 고객들의 구매 환경
모든 의료기기는 나름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케팅에 대한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는데요..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근거중심(Evidence-Based) 마케팅과 관계(Relationship) 마케팅 활동의 균형을 찾아라
의료기기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들일 수도 있지만, 병원이나 연구소 혹은 다른 의료전문가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시장과 제품의 특성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따라서, 이 분야의 고객들은 제품의 가치 제안에 대해 명확한 기준선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준선을 통과하면 기회가 있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이 기준선은 몇 몇 사람들의 선호도나 취향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유효성과 안정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도에 의존합니다.
문제는 모든 마케터들이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례나 근거 중심의 마케팅 콘텐츠 제작이 아닌 사업관계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사업관계를 튼튼히 유지하는 것이 나쁠 리가 없습니다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야심차고 현명한 마케터들은 두 마케팅 기법의 균형점을 탐색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매뉴얼이 아닙니다. 기능적 우수성, 검증된 효용성과 안정성 등을 기초로 제품을 사용한 경험자들의 사용 후기,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치료 경험 등이 하나의 구조 속에 녹아 있는 것이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의료기기 마케터라면 이 점을 꼭 기억하고, 평소에도 글을 쓰는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간결한 브랜드 차별성을 부각하라
전 세계 의료 전문가 중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유능하고 영향력이 큰 사람일 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브랜드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유능한 고객에게 제때에 전달될 확률이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간결하고 인상깊은 차별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마케터의 역량 중에 하나는 효과적인 가치제안 메시지를 창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제안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혹은 그 전에라도 고객들에게 노출시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arvard Innovation Labs가 설명하는 가치제안 작성법인데, 실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채택하라
의료기기 분야의 마케터들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것도 사업 관계 위주의 기존 마케팅 전략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그러나, 마케팅 활동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합니다. 특히, 한국의 의료전문가들은 온라인 선호도 측면에서 전세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온라인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런 고객들의 구매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브랜드에 최적화된 디지털 마케팅 도구가 무엇이고 어떤 전략이 필요한 지 계속해서 탐색해야 합니다.
기존 마케팅 방식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시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기존의 직접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을 혼용하여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유행하는 멀티채널 마케팅 기법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결론은 브랜드 전략 강화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는 고가의 장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구매자도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는데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고객들은 구매 의사 결정을 여러 사람에게 분산시키고 경쟁 입찰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람이 아닌 브랜드가 마케팅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효용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그러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신속한 서비스를 구비한 브랜드가 경험이 많은 영업사원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마케팅 혁신에 뒤쳐진 것처럼 보이는 의료기기 산업에서도 제대로된 마케팅 혁신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특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의 성공 사례가 더 많아 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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