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뉴스 두번째 컬럼입니다.
교육멘토 채민정의 "通"하는 제약 마케팅 <2> 브랜드를 확장할 적기
브랜드 확장 시기를 언제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때를 골라야 한다면 확장해도 안전할 때이다. 제품이 가장 취약할 시점이 기존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확대할 때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쪽과 저쪽을 다 가려면 자연히 소홀해 지는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를 확장할 적기는 제일 잘 나갈 때이다. 자원을 더 쓰겠다고 해도 너그럽게 인정되는 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 생로병사와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성장주기 곡선을 가진다. 그래프가 서서히 성장하다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가 온다. 그 때가 떨어질 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ᅠ물론 특허나 재심사대상 의약품 제도가 있어 해당 기간 동안 보호를 받긴 하지만 여기서는 법률이나 제도에 대한 내용까지는 다루지 않겠다.
경쟁사가 해당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때는 초기 시장형성시기가 아니다. 시장매력도 분석틀에서 꼭 빠지지 않는 중요한 매트릭스 요소 중 하나는 "시장성장률"이다. 향후 매출을 예측할 때 과거 수 년 간의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때는 애석하게도 여러분이 뼈 빠지게 수년간 키워놨을 때이다. 여러 가지 질환군 중에 대상 시장을 선정한다면 시장 크기도 보겠지만, 시장 성장률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시장이 커도 역성장 중이라면 굳이 공들여 진입할 회사가 있을까 싶다.
시장이 매력적일수록 경쟁사는 당연히 들어오게 되어 있다. 특히 잘 될수록 많이 들어온다. 그러니 이 시장에서 내가 잘 나갈 때 조만간 내 시장점유율은 떨어지겠구나 라고 가정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이치이다.
2007년 노바티스가 최초로 ARB와 CCB 복합제인 엑스포지를 한국시장에 론칭했다. 이 때 노바스크 PM을 하고 있었는데 메시지를 개발할 때 참 난감했다. 경쟁품이라고 이야기하자니 (화이자와 계약해서 만든) 암로디핀이 있고, 아니라고 이야기하기엔 (경쟁제품인) 발사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한미약품 '아모잘탄(2009년)', 베링거인겔하임 '트윈스타(2010년)', 다이이찌산쿄 '세비카(2010년)' 등이 출시되었다.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어 대세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제는 2제를 뛰어 넘어 3제의 성장률이 눈에 띄며 심지어 4제도 개발 중인 회사가 여럿이다.
복합제 시장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500억을 하던 노바스크와 1000억을 하던 디오반이 있었고 이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제품을 각각 판매하던 화이자와 노바티스 두 회사가 의기투합하여 복합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노바스크은 혈관과 심장의 칼슘채널을 차단하고, 디오반은 RAAS(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를 차단하는 각각 다른 작용기전으로 혈압을 낮추는 약제이다. 따라서, 병용했을 때 더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며 기존 약제로 치료가 안되거나 초기혈압이 높은 환자군으로 시장이 확대되었다. 두 약제가 각각 단일제품으로 있을 때 처방하던 환자군은 서로 상이했기 때문에 더욱 시너지가 났다.
이런 노바스크와 디오반의 성공적인 복합제 전략은 더 이상 고혈압 시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뇨병 치료제인 dipeptidyl peptidase-4 (DPP-4) inhibitors도 단일제보다 작용기전이 다른 두 가지 이상 약제로 만든 복합제 시장 성장률이 더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제품의 경우 병용 시 보험을 받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브랜드를 확장할 적기는 잘 될 때이지만, 물론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이 될 때 이야기이다. 위 회사들은 자원이나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되는 회사들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대부분의 회사는 확장보다 수성에 더 방점을 둬야 할 수도 있다. 동일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제품별 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듯이, 동일한 성분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따라 그 브랜드 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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