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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정

Digital marketing의 또 다른 이름, Innovation은 왜 힘든가?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저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 중 가장 많은 듣게 되는 내용은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혹은 아직 결정은 안되었지만... 으로 시작하는 글들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digital marketing을 시작해야 하고, 다른 부서와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들을 쓰다보니 젊은 친구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온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working level이고 실제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분들은 management level 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회사내 management level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떤 내용을 여러분의 agenda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려고 한다. 외국계 회사라면 본사를 설득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해 보려고 한다.

먼저, Digital marketing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조직행동론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1. 혁신이 어려운 이유

Digital marketing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는 의미에서 혁신이다. 혁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예가 개구리 이야기다. 어리석은 개구리가 물이 펄펄 끊어 자기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한가롭게 솥안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삽화를 많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속내는 어떨까?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라 왠만한 온도변화는 잘 적응한다. 환경적응에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구리가 한 번에 20-30도씩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자들은 이와 같은 개구리의 환경적응 능력을 통해서 환경변화에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개구리를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에 집어넣는다.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몸의 온도가 내려가서 찬물에 곧 적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개구리가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고 다시 물의 온도를 10도 올린다. 개구리는 여유있게 몸의 온도를 물 온도에 맞춘다. 개구리가 적응할 시간을 주고 다시 물의 온도를 10도 올린다. 먼젓번에 비해서 약간 물이 뜨거워졌다고 느끼지만 자신이 곧 적응하리라는 자신감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처럼 개구리에게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물의 온도를 10도씩 끓는 점까지 계속 올리면 개구리는 자신이 적응했다고 믿고 냄비 속을 뛰쳐나오지 않다가 결국은 삶아 죽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10도씩 올리는 동안 탈출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구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삶아 죽는 것이다. 만약 이와는 정반대로 처음부터 펄펄 끓는 물이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너무 뜨거워 물 속에서 뛰쳐나와 목숨을 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개구리가 환경에 적응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현상을 서서히 죽음을 맞는 과정이라고 해서 ‘점진적 죽음 slow death’라고 하고, 환경이 펄펄 끓는 물임을 인식해서 뛰쳐나와 목숨을 구하는 현상을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라고 부른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살아 남기 위해서는 10도씩 올라가는 솥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기도 하고 또한 우리는 솥안의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솥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고 선택에 확신이 없다.

여러분이 솥 밖으로 나오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특히 management group이 이럴 의사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구리는 미미한 온도변화는 감지하기 어려워 물이 펄펄 끓어서 죽기 전까지는 솥을 뛰쳐나가자고 설득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설득도 어렵고 혁신도 어렵다. 나만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이유이다.

개구리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원적인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우매함을 경계해야 하기도 하지만, 반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니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Digital marketing에 관심도 없었던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본사차원에서 허가가 나서 막 시작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유를 들어보면 지금까지는 신약 R&D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보화시대가 가속되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일단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든 좋다.

물론 금상첨화는 회사의 비전이나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겠다는 각오로 시작하는 것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헤쳐나갈 힘을 더 얻게 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솥을 뛰쳐나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만으로 박수쳐 줘야 한다.

2. 혁신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

요즘 뉴스에서는 SK 그룹의 딥 체인지가 연일 보도된다. SK그룹은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라는 경영 키워드 아래 신시장 개척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내용이다. 딥 체인지는 근원적인 혁신을 이야기한다.

로버트 퀸 교수가 딥 체인지에서 저술한 변화가 감지될 때 보이는 조직의 모습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는 버티기 (peace & pay) 전략이다. 시너어 그룹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으로 변화를 감지하더라도 본인만은 피해갈거라는 맹목적 낙관론으로 일관하는 경우이다.

두번째 전략은 적극적 탈출(active exit)이다.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여 조직과 일치된 목표보다는 개인적 발전이나 목표를 우선으로 하는 경우이다.

세번째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로 회사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이를 묵인하는 경우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밑에 있는 직원들이 많은 피해를 입기도 한다.

네번째는 근원적 변환(deep change)이다. 과감하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비전을 마련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게 위해 솥 밖으로 뛰쳐나오는 경우이다.

조직이 솥 밖으로 뛰쳐나와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여야 모든 조직이 기꺼이 실수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문화가 비로소 형성된다. 잘나가는 조직은 서로 으쌰 으쌰하는 조직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본 이야기로 왁자지껄하다. 한마디로 시끄럽다. 안되는 조직은 누가 말을 걸까 싶어 항상 눈을 깔고 상사의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회의하는 동안은 지루하고 끝나면 무기력하다. 속내를 시원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모두 삼삼오오 조용하게 속살일 뿐이다.

우리는 신년사에서 또 마주할 것이다. 2018년은 어느해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고, 우리는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들을. 그냥 덕담이라 생각하지 말고 진정한 변화, 솥 밖으로 뛰쳐나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으로 여기자.

3.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 그룹 딥 체인지와 관련해서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회장의 둘째 딸이 바이오쪽으로 보직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바이오업계의 미래가 밝지 않다면 자신의 혈연을 보내지 않으리라.

이에 비추어 우리회사가 Digital marketing을 시작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장님이나 사장님으로부터 endorse를 못 받아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 미래를 밝게 보지 않거나 아직은 물의 온도가 올라갔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이리라. 물론 우리 스스로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기 때문에 선뜻 시작하자는 제안을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조직적 차원에서 Digital marketing을 혁신의 범주에 넣고 혁신을 할지 말지로 접근해야한다. 마케팅팀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접근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왜냐하면, 금액의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속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사적으로 혁신 전략의 하나로 지속적으로 데이타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조직(HR, IT, CE, Finance)의 자료를 통합하고 재정비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로 가져가야 될 문제이지 개인 marketing PM이 실적에 대한 압박을 가지고 시작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즉, Digital marketing은 조직의 DNA를 근원적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일례로 이와 관련해서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나? 그게 아니라면, 외부 업체를 활용할 수 있나? 내가 그 업체의 파트너라고 하더라도 실적 압박이 내게 오지 않는 분위기인가? 등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총대메고 시작하려고 하겠는가? 우리는 모두 개구리다. 특히 솥밖을 뛰쳐나가는 것도 용기인데, 맞아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조용히 눈치만 보며 머물기를 바랄 것이다.

다음은 딜로이트에서 만든 조직 혁신을 위한 체크리스트이다. 좀 일반적인 내용이라 중대한 경영의 결정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면 참고용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더불어 조직 혁신과 더불어 여러분 개인적인 혁신을 위한 첫걸음을 2018년도에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조직이 변화의 격량에 휘몰아칠 때 나 홀로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도록 새해에는 올해와 다른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실천해 나갈건지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권장한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목록을 만들어 해볼 수 있는 변화를 실천해 보자.

여러분 모두 2018년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라고, 새해에도 weekly report는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윤정구,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로버트 퀸, 딥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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