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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발, 전략보다는 프로세스


스타트업 혹은 대기업의 사내 벤처팀처럼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는 일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난관을 품고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개발 업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팀을 성공으로 이끌게 하기 위해서 리더는 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아주 어려운 일인데요...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시장개발 전략에 관한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고, 지금도 서점에 가면 관련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유용한 지식이긴 합니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런 의견들에 너무 치우치면, 좋은 전략이 곧 시장개발 성공의 지표라고 믿게 되는 점입니다. 전략 수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시장개발의 핵심은 무엇보다 빠른 대응과 탄력적인 대응입니다.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산하의 신사업기획팀이 번번히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경쟁우위 요소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프로세스의 설계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는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Waterfall Process


기업의 규모가 커서, 관리 기능이 발달하면 만기친람식으로 내부의 모든 활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통제하려 합니다. 규율이 잡혀있는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고, 관료주의가 판치는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는 비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조직은 이 두 가지 면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선호하는 시장개발 방식을 ‘폭포수(Waterfall) 방식’이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Top-Down’ 방식으로, 기업의 최고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효율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최근 20여년 동안 기업의 시장개발과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각광받은 ’Stage Gate’가 이런 방법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개발의 각 단계마다 일정한 확인점(Gate)를 설계하고, 그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를 사전에 정의합니다. 그러면, 프로젝트의 관리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가 각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지 판단하여 기업의 임원으로 구성된 Gate Keeper들에게 프로젝트 검토를 요청합니다. 통과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각각의 프로젝트와 활동을 문서화하면, 기업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개발 노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신규투자에 대한 판단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방식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직원들에게 일정한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면,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기때문에, 직원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프로젝트 관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의 최상층에 매우 노련한 사업가들이 포진해 있어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만큼 시장의 정보를 잘 못 해석할 오류가 줄어들게 됩니다.


오류를 회피 하려다 보니, 단점도 많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프로세스가 매우 느리다는 것입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하고자 한다면, 이런 프로세스는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선제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시장에 변동이 생기거나 미쳐 파악하지 못한 리스크에 매우 취약합니다. 한마디로 상황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 각광받는 방법이 Agile process 입니다.조금 더 보시지요.

Agile Process


시장 상황은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체계적인 전략하에 필요한 조치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시장의 상황과 우리의 역량을 분석하여 결정할 일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조건 시장에 적응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략과 프로세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여러 프로세스들이 설계되고,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에 의해 고안된 Lean Startup, 유럽에서 고안되어 유행하고 있는 Business Model Innovation 등이 대표적인 방법들입니다. 각각의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들은 이미 많은 적용 사례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우리의 관심은 개별 모델이 아니라, 이런 모델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것입니다. 

Agile process의 핵심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수립된 가설과 이 가설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가설이 검증되면, 규모를 확장하면서 시장을 개발해야 하고, 가설이 틀리면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여 다시 현장에서 검증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이런 상황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 폰의 두께가 줄어들고, 화면이 커지면서 안테나의 설계가 매우 까다로워졌습니다. 주파수 대역에 따라 새로운 재료와 공정 방법이 요구되는데요… 삼성과 같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고객의 노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 기술이 있다고 해보시지요… 고객이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있다보니, 스타트업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미심쩍어 할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기술의 적합성을 확인하려 들겠지요. 이 과정을 잘 통과하면, 이런저런 기술적/사업적 요구가 쏟아집니다. 때로는 고객의 변덕스러운 요구들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고객 담당자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고객들도 끊임없이 디자인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고객들도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상황이 역동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우리의 개발 과정을 맞추어야 합니다. 신속하고 유연한 일이어서 대기업 조직보다는 스타트업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유연성만 강조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때도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다보니, 관련된 일들이 제대로 기록되고 관리되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역량이 휘발되어 날라가 버리게 되어, 조직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이런 경험이 소수의 직원들에게만 집중되어 이 직원들이 이직이라도 하게되면,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우리의 역량에 맞는 목표가 있는데, 고객의 요구사항만 따라가다보니, 원래의 목표지점에서 아예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벗어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경쟁 우위를 세울 수가 없거나,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사전에 인식하고, 시장개발 과정에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두 가지 프로세스를 코끼리와 표범에 비유하곤 합니다. 무리를 지어 살며, 리더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코끼리와 소규모 가족 형태로 살면서 초원의 상황에 민첩하게 행동하는 표범의 모습이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프로세스를 선택할 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현재의 상황과 우리의 능력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판단을 잘 못하여 코끼리가 표범처럼 뛸 생각을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최악의 선택일 것입니다. 건승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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