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이세돌을 패배시킨 구글 알파고를 기억하는가? 그 구글에서 AI를 활용한 당뇨병성 안질환 진단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1. 진격의 구글
구글이 당뇨병성 질환과 관련된 노력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전 구글이 당뇨병 환자의 당뇨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콘텍트렌즈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제품 개발 뉴스를 보도한 후 몇달이 지나지 않아 구글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Alphabet이라는 회사로 재탄생했다. 그 때 뭔가 제대로 하려다 보다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장치는 당뇨병 환자의 눈물 방울로 혈당을 측정해 데이터를 휴대폰에 연계해 환자가 간편하게 혈당을 점검하도록 고안되었다. 비록 이 장치가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멀지 않아 채혈하지 않는 혈당측정기가 개발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다는 과학자는 없다.
오래 전, 일라이 릴리에서 인슐린 PM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나는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조절을 위해 매일 니들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고 채혈된 혈액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이런 채혈 과정을 하루에 적게는 일회 많게는 수회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수 년동안, 혹은 수 십년 동안 매일 피를 봐야한다는 게 여간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런 고통과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많은 회사들이 채혈하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계발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구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특허청에 바늘을 쓰지 않는 혈당 측정기기를 개발ㆍ특허 출원했다. 마이크로 입자로 피부를 뚫어 혈당을 분석해주는 이른바 ‘바늘 없이 피를 뽑는 시스템(Needle-Free Blood Draw)’을 만든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상용화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격의 구글은 이런 장애를 딛고 계속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림.1> 2017년 12월 1일자 아마존 Best seller인 혈당 모니터링 제품. 채혈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계이다.
2. 어느 시장을 들어갈 것인가?
노바티스사와 함께 스마트 콘텍트렌즈를 계발 중이라고 발표한지 3년이 지났다. 그 때 발표했던 노바티스 CEO 조 지메네스는 회사를 떠났고 2016년 계획된 임상은 예정없이 미뤄지고 흐지부지 되었다. 노바티스와 함께 했다면,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격의 구글은 기술을 빨리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인 인도를 선택했다.
인도에서는 실명예방 가능한 안과 질환도 스크리닝을 제대로 못해 시력 손상으로 이어지는 환자가 허다하다고 한다. 얼마전 GE에 다니는 지인이 인도는 아직도 중고 엑스레이가 인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MRI, CT 등도 보험이 되는 상황인데, 인도는 이제 막 진단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걸음마를 떼는 아기와 같은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대규모 인구를 가진 인도나 아프리카 등은 AI 기술력을 가진 회사에게 처음 들어가기에 매력적인 시장일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기술의 장점과 시장의 특수성이 잘 맞아떨어진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개인 정보보호의 중요성
지난 7월, 구글의 DeepMind가 영국 NHS와 환자정보를 공유하며 AI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환자 정보가 노출되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Information Commissioner's Office (ICO)가 보고하였다. 이 문제는 앞서 누차 언급한 부분이라 말을 아끼려고 한다.
아직까지 크게 문제되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점차 공론화되는 과정을 거치리라고 본다. 병원이 아닌 AI 회사가 내 건강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병원은 내 질환을 치료해 주는 곳이니 나의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AI에서는 나에게 어떤 필요성을 주는가? 회사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기꺼이 이 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결국은 고객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짧게 보지말고 긴 안목을 가지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AI 회사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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